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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사회주의 운동

by 저너 2020.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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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사회주의 운동

한국 근현대에 들어 사회주의 이념이 수용되고 확산되는 과정은 아시아적 '한국적 사회주의'가 구체화되고 토착화되는 과정이었다. 이는 동시에 사회주의의 보편적 이상이 현실과 대립하거나 결합하면서 왜곡되는 과정이었다. 여기에는 물론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다. 국제적으로 코민테른ㆍ소련과의 수직적 관계, 국내적으로 빈약한 자본주의 물적 조건과 프롤레타리아 기반, 풍부한 운동경험과 실천의 부재, 그리고 식민지 상황에 따른 광범한 민족주의 토양 등이 한국의 사회주의 지형을 주조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주객관적인 다양한 조건을 반영하여 한국의 사회주의는 현실에 대한 체제의 대안으로 기능하기보다 저항세력의 이데올로기를 담당하는 '이념형 사회주의'에 가까웠다.

그러나 한국 사회주의운동이 이러한 거시적이고 구조적 요인에만 제약된 것은 아니었다. 한국 사회주의운동을 규정하고 강제하고 있던 객관적 환경이 사회주의자들의 운동전망을 왜곡시킨 중요한 요소임은 부인할 수 없지만, 운동주체들의 미시적 행위도 운동의 흐름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일제시기 해방 후 사회주의운동의 결과를 모두 객관적 외부적 요인으로 환원시키는 태도로는 과거 운동 속에서 미래를 사고할 수 없다. 한국 근현대 사회주의 운동주체들의 현실인식과 대응, 그에 따른 의미와 한계를 객관화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 근현대 사회주의운동은 지나치게 '공식주의'에 갇혀있었다. 일제시기 비합법 공간이나 해방 후 열린 공간은 사회주의자들의 창조성을 요구하고 있었고, 주체의 대응에 따라 사회주의 정치지형을 새로운 수준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일제시기 해방 후 사회주의자들이 현실에 대응하는 방식은 대개 공식을 제시하는 데 머무르고 있었다. 사회주의자들은 반자본주의ㆍ사회주의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이행의 전망을 제시했지만, 현실에서 제기되는 운동의 가능성을 창조적으로 발전시키거나 이해할 수단을 찾지 못했다. 사회주의자들이 대중ㆍ대중운동과 결합하는 방식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발전시키는 형태가 아니라 자신들의 정세인식과 혁명노선이라는 틀 안에서 통제하고 규격화하는 형태였다. 이는 일제시기 해방 후 사회주의운동의 다양한 가능성을 틀에 박힌 교훈에 종속시키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한국 근현대 사회주의운동은 비록 과거 역사에서는 실패했지만, 반자본주의ㆍ사회주의를 전망하는 진보적 흐름을 형성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이념과 사상의 폭과 수준을 확대시키고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곧 사회주의자들은 우파세력과의 이데올로기 경쟁을 주도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부문에서 진보적 대안을 논의할 수 있는 토양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사회주의자들은 한국 근현대시기 자본과 권력의 억압 속에서 대중의 분노와 저항을 조직하면서 현실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점에서 대중에게 사회주의는 고통 받는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는 유토피아였다.

한국 근현대에서 사회주의가 지니는 역사적 실천적 의미를 구체화하고 현재화하려면, 무엇보다 사회주의운동의 공식적 교훈만을 당위적으로 전제하고 운동의 의미를 과거에 묶어두는 태도에서 벗어나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본주의와의 비교 속에서 관성적으로 접근하던 시각에서 벗어나 더 근본적 수준에서 계급해방ㆍ인간해방을 지향하는 사회주의는 과연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발상의 대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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