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운동 연구사 정리
지금까지 일제시기 사회주의에 관해 알아보았다. 근현대 사회주의 운동에 관한 연구사 논문을 간단히 정리해 볼 것이다. 먼저 기존 연구의 입장을 간단히 살펴보고,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근현대의 사회주의운동을 사회주의의 수용과 한국적인 전통을 결부시켜 살펴 볼 것이다. 그리고 근대적인 사상으로서 유입된 사회주의를 살펴보고 민족주의, 국제주의와 결부시켜 보는 과정을 통해 사회주의가 한국 사회라는 특수성 위에서 어떻게 수용되었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기존 연구의 입장과 그 한계
한국 근현대의 사회주의ㆍ사회주의운동에 대해서는 1980년대 들어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되었다. 이들 연구는 다양한 관점이 반영되었지만, 그동안 민족주의운동의 그늘에 가려있던 사회주의운동의 흐름과 내용을 발굴하여 운동의 전체상을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이들 연구는 주로 사회주의세력의 공식 담론, 곧 운동주체들이 제시하는 이념이나 노선 그리고 조직과 투쟁에 집중되어왔다. 그에 따라 아래로부터 대중의 삶과 지향을 결합시키지 못하고, 역설적으로 위로부터 역사라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른바 민중사학의 시각에 근거한 연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 사회주의운동사의 전체상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운동의 공식 담론이나 민족이나 계급문제를 중심으로 한 거시구조를 외면할 수는 없다. 기존의 이러한 접근은 사회주의운동의 이념적 실천적 지향성을 극대화하여 운동의 현재적 의미를 도출하는 데 일정한 효과를 거두었다. 그럼에도 거대담론에 따라 원칙적 입장만 중시하는 연구방법이 지닌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무엇보다 사회주의 그 자체의 이상이 현실과 결합하거나 왜곡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모습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1917년 러시아혁명 이후 사회주의운동이 각국에서 구체화되어 변화되고 있는 현실을 근본적으로 성찰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 연구에서 나타나는 한계는 일정한 경험과 배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대부분의 진보적 연구자들은 1980년대에 들어 사회주의라는 잊혀진 역사를 기억하고 복원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정통 막스-레닌주의에 따른 이데올로기 경험이나 세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연구자들은 한편에서 반공주의, 다른 한편에서 비정통 또는 개량주의에 대항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을 지니고 있었다. 이는 반공적 시각에 대응하기 위해 실증을 강화하고, 비정통의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 공식과 정통에 집착하는 모순을 낳고 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연구자들은 정통 맑스주의 역사가들이 추구해온 당위적 명제, 곧 사회주의운동은 반자본주의ㆍ사회주의라는 부동의 목표를 향해 전진해야 한다는 사고에 묶여있었다. 연구자들은 사실을 보고 해석하기에 앞서 자신의 이념과 입장에 따라 사실을 해석하고, 공식 담론과 이론에서 벗어난 사실은 일탈된 행위로 무시하는 경향도 있었다.
이러한 접근과 태도는 한국 사회주의운동을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을 크게 제약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연구자들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민족주의와 사회주의를 구분하고, 어떤 점에서는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차별성을 전제하고 접근했다. 이에 따라 사회주의운동의 공식 이념이나 담론이 부당 전제되고, 이를 비판적으로 점검하고 새롭게 조망할 수 있는 시야는 극도로 제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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